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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년사역연구소 이찬수 목사의 설교 준비
    Article_글 2022. 5. 10. 04:53
     
     
    설교, 세상의 잡소리를 능가할 그 무엇, 이찬수목사님 설교 준비
    "한국의 중고생들은 정말 힘듭니다. 그들에게만 있는 눌림, 스트레스, 유혹이 대단하지요. 주일에 말씀에서 은혜를 못 받으면 그 다음날 무슨 짓을 할지 모릅니다. 자살이나 가출로 사고를 치기도 하지요. 그러나 애들인지라 아무리 설교를 열심히 잘 준비해도 막상 현장에서 그들이 듣지 않으면 말짱 도루묵이었습니다. 바로 그 절박함에서 시작된 게 저의 목회였고 설교였지요."
    청소년 사역 10년 동안 "어떻게든 애들이 내 설교를 듣게 해야겠다"는 한 가지 몸부림이 그의 설교 준비의 핵심이었다. "들리게 한다"는 게 그의 설교를 떠받쳐온 버팀목인 셈이다.
    "아이들은 끊임없이 들려오는 세상의 잡소리에 지쳐 있습니다. 곧잘 비교의식을 부추기며 '넌 쓸모없는 인간이야'라고 비하시킵니다. 그러나 바로 그들에게 하나님께서도 말씀하신다는 것이 설교의 취지입니다. 세상의 소리에 맞대응할 하나님의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지요."
    그는 텍스트와 컨텍스트를 잘 엮어내는 데 집중하는 것, 그래서 청중이 세상의 소리보다 하나님의 말씀에 더 귀기울이게 하는 것이 설교자의 최대 사명이라고 믿는다. 그가 청소년 사역 시절, 청소년들을 이해하려고 관련 책이나 잡지들을 섭렵하고, 중학생을 가장해 채팅방에 들어가 '가상 대화'를 나눈 것도 바로 이런 사명감 때문이다. 그리고 7년 전 분당우리교회를 개척하면서 성인들을 대상으로 본격적인 목회를 시작하면서도 이 설교철학은 그대로 이어졌다.
    "설교자는 오늘을 살아가는 가장들의 상황을 깊이 체감해야 합니다. 무슨 문제로 고민하고 어떤 유혹에 넘어지는지 진심으로 아파하고 그들의 상황에 감정이입할 수 있어야 합니다. 설교 준비에 바로 그 심정을 녹여내야 하지요."
    "한 손에 신문, 한 손에 성경"이란 구호대로 때로는 책이나 잡지, TV, 영화도 요긴하다. 사람을 알고 그들의 삶의 정황을 파악하는 데 필요한 것이라면 무엇이든 손에서 놓지 않는다. 그때 그 상황 속에 있는 성도들을 하나님의 말씀으로 잘 도와야겠다는 불쌍히 여김과 긍휼의 마음이 찾아든다. 텍스트의 전달력과 영향은 컨텍스트 이해의 정도에 좌우된다. 후자가 무르익지 못하면 전자 또한 약해질 수밖에 없다.
    "하나님께서 단순히 텍스트만 전하길 원하신다면 왜 굳이 다양한 인격을 가진 설교자를 세우시겠습니까? 설교자는 중간 미디어로서 청중들과 하나님 사이의 '배달꾼'(delivery man)입니다. 그분의 말씀이 특정 컨텍스트 속에 있는 사람들에게 제대로 전해지려면 그들과 비슷한 상황 가운데 있는 '사람 매개체'가 필요했던 거지요."
    사람들도 설교에 귀기울이고 싶다. 그러나 요즘 세상이 워낙 번잡하다. 설교에 집중 못할 만큼 세상의 잡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 많다. 이것이 그가 유난히도 컨텍스트 이해를 강조하는 이유다.
    설교자는 세상에 눌려 있는 그들의 연약함을 나무라거나 세상의 잡소리 자체를 정죄할 여유가 없다. 그 모두를 압도할 만큼 더 강력하게 하나님의 말씀이 그들의 심령 깊숙이 들려지도록 몸부림을 치기에도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물론 책을 많이 본다고 해서 정황을 잘 알게 된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내게 맡겨진 양들에 대한 애틋함, 긍휼의 마음만 있다면 그 필요에 따라 책, TV 등 어떤 매체든지 동원될 수 있지요. 그러나 이런 매체들은 어디까지나 부차적인 도구들에 불과합니다. 처음부터 이런 것들에 매일 필요는 없지요."
    그러면서 그는 한 가지 예를 든다. 서울의 큰 교회 목회자들 가운데 "설교를 잘하려면 책을 많이 봐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 이야기를 듣고 광범위한 독서를 설교의 주된 준비단계라도 되는 양 여기는 목회자나 신학생들이 있다고 한다. 그가 볼 때는 이런 추세야말로 우선순위가 뒤바뀐 접근이다. "자신의 목회상황 속에 맡겨진 영혼들, 갈 바를 잘 알지 못하는 그들에 대한 애틋함을 잃지 않으려고 애쓰다 보면 그때그때 하나님께서 다양하게 부어 주신다"는 게 그의 경험담이다.
    교회 안에서 만나는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 어려운 형편에서 요청하는 중보기도의 제목들, 교역자들과의 대화, 그 주간에 읽은 신문, 잡지의 기사들, 그리고 시대적인 전반 흐름 같은 것들이 그렇게 목자로서 깨어 있다 보면 모두 말씀 안에 다 녹아져 들어온다.
    '종이 묵상법'을 실천하다
    지금까지 목회해 오면서 설교에 관한 한 이 긍휼과 진심 어린 애틋함의 '내공'을 처음부터 내내 놓지 않았다.
    사람의 연약함을 나무라거나 시대를 한탄하기 전에 그들의 컨텍스트에 깊이 공감하는 설교, 그리고 테크닉이 아닌 심장으로 전하는 오늘날 그의 설교는 이렇게 해서 빚어지게 된 것이다.
    이 애틋함의 심장 다음으로 그가 설교에서 강조하는 것이 바로 묵상이다. 그에게는 본문 묵상을 할 때 특이한 자기만의 방법이 있다. 이름하여 '종이 묵상법'이다.
    그의 경우 성경의 한 책을 택해서 차례대로 강해설교를 쭉 이어가다 보니 설교할 본문이 항상 미리 정해져 있다. 그래서 설교하기 몇 주 전부터 본문을 마음에 담는 게 자연스런 1차 설교 준비다.
    마태복음 20장 1절부터가 다음 주 강해설교 본문이라고 하자. 그러면 그는 먼저 본문을 프린트한다. 보기 좋은 글자체에다 행간도 보통의 두 배 정도로 넉넉히 띄운다. 전후 문맥을 알기 위해 21장, 22장도 함께 프린트한다. 그리고 이 종이들을 들고 다니면서 집에서도 읽고, 약속 장소에서 누군가를 기다리거나 공항에서 비행기 탑승을 기다릴 때도 들여다본다.
    하여튼 일상에서 틈틈이 생기는 자투리 시간은 남김없이 다 본문 묵상에 쏟아 붓는다. 본문 말씀을 반복해서 읽고 또 읽는다. 물론 그냥 읽고만 끝내지 않는다. 꺼내 놓고 볼 때마다 생각나는 게 있으면 행간 사이사이에 메모해 둔다. 계속 같은 본문을 이리저리 읽다 보면 자연스레 예화도 떠오른다. 그것도 빠짐없이 적어 둔다.
    새벽에도 일어나면 먼저 그 주일의 설교 본문부터 묵상한다. 그 주간에는 새벽부터 밤낮으로 그 인쇄된 본문을 들고 다니면서 되씹고 또 되새김질한다. 그러다 보면 일상에서 경험하는 모든 일들이 그 본문을 망으로 하나하나 걸러지는 것을 경험한다. 신문이나 잡지를 읽거나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는 모든 것이 그 본문의 망사에 계속 여과(필터링)된다.
    "무언가를 전해야겠다는 마음이 생기면 일상의 모든 일들이 그 하나의 테마 망 속에 걸려들어 제자리를 찾아가는 걸 느낍니다. 심지어 본문과 연관된 다른 구절들도 떠오르고, 다른 본문의 큐티에서도 설교 본문의 테마를 연결시켜내는 참 신비로운 경우도 많이 경험합니다. 설교는 이런 종합적인 묵상의 과정을 통해 한 대목씩 빚어져 가는 것 같습니다."
    그에게는 묵상이 설교 준비의 본체라고 할 만큼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일상생활의 전 영역에 폭넓은 그물망을 쳐 둔 채 본문을 깊이있게 묵상하면서 일종의 긴박감이 생긴다. 이 일상 속의 '한 초점 맞추기'에서 비롯된 집중성과 긴장감은 자신만의 시각으로 본문을 풀어내게 하는 창의성으로 연결된다. 결국 자신의 삶의 컨텍스트를 통해 투과되는 과정을 거치면서 적절히 검증된 그 말씀이 성도들의 삶의 현장에서도 동일하게 살아 역사하는 열매로 나타난다.
    예를 들어, 모세가 신명기에서 백성들에게 말한 것처럼, 성도들에게 하나님의 인도하심의 은혜를 기억하라고 강조하는 것이 설교의 테마라면, 본문을 반복해서 읽는 가운데 모세의 심정을 헤아려 본다. 그리고 모세의 죽음을 앞두고 고생하는 이스라엘 백성들의 정황도 깊이 들여다 본다.
    그러면 불경기 한가운데서 신음하는 지금 이곳 성도들의 삶도 그 본문에 오버랩되고 필터링되어 다가온다. 이러한 본문 묵상과 연구에서 얻게 된 영감은 강단에 서야 할 때가 임박해오면 더욱더 긴밀해진다. 설교 준비 과정에서 긍휼의 마음을 품은 상태로 받은 영감이 계속 축적되어온 까닭이다.
    그러다가 설교 준비 막바지에 이르면 긴장감과 함께 창의적인 영감이 최고의 피치를 올리며 쏟아진다. 그리고 주일 1부 예배 설교가 끝난 뒤에는 강단에서 불가사의하게 주어지는 또 다른 영감이 덧입혀지면서 클라이맥스에 이르게 된다.
    * 개인적으로 지금까지 가장 도움이 많이 되었던 진심이 담긴 설교 준비법입니다.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공유합니다. -청년사역연구소, 이상갑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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